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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김동관 교수
등록일 : 2022.01.17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김동관 교수

 

▲ 우리 병원은 한 해에 2,400여 건의 폐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폐암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김동관 교수 (오른쪽)

 

1994년 전임의로 시작해 ‘김동관’이라는 이름 석 자를 내건 의사로서의 신뢰와 서울아산병원 폐암팀의 명성을 쌓는 데 30여 년을 보냈다. 고객칭찬우수상을 받을 만큼 친절한 의사이지만 수술실에 들어서면 항상 전쟁터에 나서는 마음이었다고 김동관 교수는 털어놓았다.

 

1994년 서울아산병원에 처음 오셨죠?    

전문의가 되자마자 부산침례병원의 흉부외과 과장으로 3년간 일했습니다. 그런데 수술할 때마다 제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어요. 어느 환자가 와도 자신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 더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서울아산병원 전임의에 지원했습니다. 미래가 보장된 자리는 아니어서 나름 용기를 낸 것이었죠. 당시 서울아산병원은 심장이식으로 유명해진 때여서 전공의들이 그쪽 일을 보느라 바빴어요. 비교적 수술 건수가 적었던 폐 분야는 제가 박승일 교수님(현 병원장)의 회진과 수술, 컨설트에 항상 같이 다니며 보조했습니다. 제가 온 첫해에는 폐 수술이 200건에 불과했지만 다음 해에는 300건으로 50% 신장됐어요. ‘지금은 미약하지만 남 보란 듯이 수술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했습니다. 지금은 2,400건을 해내고 있죠.

 

특별히 기억하는 성장의 순간이 있을까요?    

1996년에 발령을 받았는데 환자 의뢰가 적었어요. 손광현, 박승일 교수님의 수술을 도울 때가 더 많았습니다. 박 교수님이 연수를 떠나면서 제게 기회가 왔습니다. 그해에는 수술한 기억밖에 없을 정도로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다행히 수술 성적이 괜찮아서 신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 열아홉 살의 여자 환자를 의뢰받았습니다. 진단이 안 되고 내과적인 치료로 회복이 어렵다는 거예요. 저 역시 수술이 밀려 있어 결정이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환자를 그대로 두면 회복이 불가능하겠더라고요. 급한 마음에 마취과에 수술실만 열어주면 밤을 새워서라도 수술하겠다고 부탁했고 마취과에서도 환자의 상태를 보고 허락했어요. 자정이 넘어 수술실에 들어가 보니 종격동 기형종이 터져서 곳곳에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있었어요. 다 제거하고 나온 게 새벽 5시였죠. 몸은 피곤한데 ‘만약 내가 마취과에 사정을 안 했으면, 바빠서 수술을 못 한다고 했다면 환자는 어떻게 됐을까?’하는 생각이 꼬리를 이었습니다. 의사의 사명감을 어렴풋이 느낀 순간이었어요.

 

2017년 국내 첫 생체 폐 이식에 성공하기까지 뒷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생체 폐 이식이 간절한 폐고혈압 환자였어요. 언제든 급사할 수 있는 위중한 상태였지만 인공심폐기나 에크모를 달지 않아 수혜 1순위가 되기는 어려웠어요. 박승일 교수님이 생체 폐 이식을 고려할 때 처음에 저는 반대를 했습니다. 당시 국내법에 허용되지 않은 수술이라 충분한 준비 없이 결단하기가 어려웠어요. 박 교수님은 신중히 준비해보자고 팀원들을 격려하였고 일단 서울아산병원 윤리위원회에 승인을 받고 장기이식학회에도 의견을 물으며 윤리적 정당성을 확보해 나갔습니다. 일본 교토대학병원에 가서 수술도 보고 왔어요. 몇 개월 동안 남모를 노력을 들였습니다. 수술 당일에는 3개의 수술장이 동시에 열렸고 대규모의 의료진이 참여했습니다. 치열한 준비 덕분에 수술에 성공할 수 있었고 환자는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 2017년 국내 최초 생체 폐 이식 성공 후 환자 가족과 의료진 기념사진.

 

조직세포자원센터장으로도 활동하셨죠?

2000년대 초 미래 연구를 위해 병원 차원에서 조직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흉부외과가 솔선수범했죠. 외과 의사 대부분이 내 환자의 조직은 내가 주인이라고 생각하던 때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만나 조직은 연구자들의 공동 소유여야 한다고 설득하면서 여러 연구에서 자유롭게 쓰일 수 있는 운영 규칙을 세웠습니다. 이정신 전 서울아산병원장님께선 조직을 무조건 많이 모으기보다는 질적 관리가 중요하다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지금은 공동 연구를 위해 외국에 우리의 조직을 보내면 질적인 면에서 굉장히 좋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지난날의 노력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어느 환자를 만나든 수술을 잘 해내고 싶다는 애초의 목표에 근접한 것 같습니다. 그 사실이 제겐 큰 힘이 됩니다. 외과 의사는 특별한 천재도 없고 그렇다고 기술자도 아니더라고요. 모든 치료가 나 자신을 극복하는 싸움 같습니다. 환자들에게 금연하라는 말을 하기 위해 저도 담배를 끊었어요(웃음). 수술이라는 전쟁터에 뛰어들면 나와 환자가 무사히 전쟁에서 벗어날 것만 생각합니다. 쉽게 이길 수 있다면 전쟁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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